벌써 상담을 시작한 지 1년 6개월이 되어갑니다.
일주일에 한번 상담하는 시간이 일상 속에 녹아 들어서, 상담이 없는 한 주는 이젠 상상도 하지 못합니다.
처음 상담을 시작할 때는 ‘사소한 문제로 상담을 해도 되는 걸까’라고 망설였습니다.
제게는 중요하고 큰 문제이지만 더 중요한 과제들이 많은 나이대에서 ‘연애’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은 자신이 살짝 한심했습니다. 그러나 개인적으로 노력을 많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연애를 ‘시작’조차 못하는 자신을 보니, 숨겨진 원인이 있는 건 아닐까 의문이 들었습니다.

우연히 게시판을 통해 상담실을 찾아왔을 때만 해도 이렇게 오랫동안 상담이 지속될 줄은 몰랐습니다.
금방 간단하게 해결될 문제는 아닐까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지만, 상담을 한 차례, 두 차례, 반복하면서 단순히 ‘연애’자체가 아니라 ‘애정관계’, 더 나아가 가정환경에 이르기까지 무척 심층적인 문제였다는 걸 깨달았습니다. 상담을 하면서 직접적으로 연애, 애정관계를 성립하기 위한 필요한 덕목들을 하나, 둘 나열해 보고 이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방법을 고민했습니다. 그 과정에서 제가 가진 콤플렉스들, 외모, 대학교, 경제력 등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 문제들에 하나, 둘씩 해결하고자 의논하였습니다.
그 중 해결방법 하나는 전혀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서 ‘인간관계’를 맺는 것이었습니다.

상담자님의 권유로 집단 상담에 참여하게 되면서, 서로 아픔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소통하고, 공감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모임에 녹아들 수 있었습니다.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상담자님께서 ‘가능성’을 엿보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. 전혀 새로운 사람들과도 조심스럽지만 이야기를 나누고 모임을 만들면서 스스로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. ‘이렇게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도 친하게 지내고 관계를 지속할 수 있는걸 보니, 넌 전혀 문제 있는 사람이 아니다.’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. 여타 다른 상담보다 훨씬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.

사실 여러 상담이나 강연을 듣다보면 ‘듣기 좋은’ 허울뿐인 말을 접할 때가 많습니다. 긍정적인 이야기와 자신감을 고취시키는 말을 들어도, 결국엔 그 순간일 뿐이고 현실에 도입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느꼈습니다. 결국엔 ‘성공’을 한 사람이 겪은 경험이 ‘미화’된 것 뿐 아닐까라고 조금은 냉소적으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. 그러나 이 상담을 하면서 실제로 제 스스로 ‘문제’가 없는 건 아닐까? 라고 느끼게 되었습니다. 그러면서 제가 잘 못한 게 아니라, 다른 안 좋은 사람들을 만난 탓이라고 말씀해주셨을 때, 왈칵 눈물이 쏟아졌습니다.

그동안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서, 자주 들은 이야기는 제 ‘자신’을 바꿔보라는 이야기였습니다. 마치 ‘네가 문제가 많아서 그런 어려운 일을 겪는거다’라고 절 책망하는 느낌이었습니다.
아무도 지금 제 ‘자신’이 충분히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은 없었습니다. 내 잘못이 아니라 ‘사회’가 너무 힘든 탓에 우리가 어려움을 겪는 거라고 말씀해주시면서, ‘상담’을 하러 온 제 용기를 칭찬해주셨습니다. 누군가에게 지지와 응원을 받는 다는 건 정말 기쁜 일이었습니다.

그렇게 하루, 이틀, 한 달, 일 년, 졸업을 앞둔 지금까지. 상담을 하면서 느리지만 조금씩 제 스스로 변화되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. 제가 가진 고민들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축적된 것이기 때문에 당장은 해결될 수 없을 거라고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습니다. 하지만 이렇게 조금씩 나아가다보면 언젠가 제가 원하는 ‘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치는’ 사람이 되지 않을까라고 희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. 그리고 그 희망을 얻은 계기는 단연코 '상담’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.
너무나도 많은 은혜와 도움을 받아서 감히 갚을 엄두는 내지 못하지만, 이 글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감사함을 전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.